“‘매크로 암표상’ 처벌 불가능”…현행법 ‘구멍’

입력 2017.02.08 (17:24)

읽어주기 기능은 크롬기반의
브라우저에서만 사용하실 수 있습니다.

현행법으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다량의 공연 티켓을 독점적으로 예매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기 어려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크로 프로그램이란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프로그램화해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이용자가 키보드 입력값과 마우스 클릭 등을 사전에 입력하고 저장하면 작업시간을 크게 단축 시킬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를 활용해 경기나 공연 티켓을 다량으로 사들여 비싼값에 판매하는 암표상(리셀러)들이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다.

공연 티켓 수만장이 단 몇분만에 매진

지난해 11월 온라인 예매사이트에서는 오는 4월 내한 공연을 하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티켓 예매 전쟁이 벌어졌다. 이틀 동안 진행된 예매에서 총 4만5000여 장의 티켓이 몇분만에 모두 매진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싼값에 티켓을 되팔려는 암표상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크로족은 공연 날짜, 시간, 좌석, 배송지, 결제정보 등을 미리 입력해 쉽게 좌석을 선점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는 그룹 샤이니의 콘서트 티켓 320여 장을 한 사람이 대량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공연 외에도 야구 경기 등의 티켓 예매, 대학 수강신청, 연예 분야의 온라인 투표, 게임 등에 활용된다.

현행법상 규제 조항 있지만 실질 적용 어려워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인터넷 매크로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규제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법은 '형법'의 업무방해죄와 사기죄, '정보통신방법'의 정보통신망 침해죄 등을 통해 매크로프로그램을 규제할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법을 이용해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최 조사관의 설명이다. 우선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의 경우 사업자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지 않은 경우 규제가 어렵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티켓을 대량으로 사도 사업자는 티켓이 다 팔려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규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형법 347조의 컴퓨터 사용 사기죄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이 이용자의 권한을 벗어나는 행위를 한 동시에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만 사기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결국 암표를 팔아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어도 예매사이트에서 이용자의 권한을 벗어나 표를 구매한 게 아니라면 사기죄를 적용하기 힘들다.

정보통신망법 38조의 정보통신망 침해죄의 경우 사이트의 안정성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어야 하고,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전산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규제할 수 없다.

전자상거래법·공연법 개정 등 통해 티켓 매크로족 막아야

이에 보고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통신판매업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특정 물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그 행위가 소비자의 정당한 이용 행위를 저해하는 경우 해당 물품 구매를 취소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을 신설해 매크로족을 규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범죄 처벌법이나 공연법 등의 개정을 통해 온·오프라인상 암표 판매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 최 입법조사관의 설명이다.

그는 아울러 "법상 처벌할 조항은 있는데, 실질적으로 적용이 어렵게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법상 구체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정의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를 유도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 제보하기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유튜브, 네이버, 카카오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 “‘매크로 암표상’ 처벌 불가능”…현행법 ‘구멍’
    • 입력 2017-02-08 17:24:32
    사회
현행법으로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다량의 공연 티켓을 독점적으로 예매하는 행위 등을 규제하기 어려워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매크로 프로그램이란 단순 반복 작업을 자동으로 프로그램화해 처리하는 소프트웨어의 일종이다. 이용자가 키보드 입력값과 마우스 클릭 등을 사전에 입력하고 저장하면 작업시간을 크게 단축 시킬 수 있는데, 최근에는 이를 활용해 경기나 공연 티켓을 다량으로 사들여 비싼값에 판매하는 암표상(리셀러)들이 생겨나 문제가 되고 있다.

공연 티켓 수만장이 단 몇분만에 매진

지난해 11월 온라인 예매사이트에서는 오는 4월 내한 공연을 하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공연 티켓 예매 전쟁이 벌어졌다. 이틀 동안 진행된 예매에서 총 4만5000여 장의 티켓이 몇분만에 모두 매진됐다.

이에 일각에서는 비싼값에 티켓을 되팔려는 암표상들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악용해 티켓을 대량으로 사들인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매크로족은 공연 날짜, 시간, 좌석, 배송지, 결제정보 등을 미리 입력해 쉽게 좌석을 선점할 수 있다. 실제로 지난해 8월에는 그룹 샤이니의 콘서트 티켓 320여 장을 한 사람이 대량으로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논란이 일기도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은 공연 외에도 야구 경기 등의 티켓 예매, 대학 수강신청, 연예 분야의 온라인 투표, 게임 등에 활용된다.

현행법상 규제 조항 있지만 실질 적용 어려워

국회 입법조사처의 최진응 입법조사관은 8일 이 같은 내용을 주제로 '인터넷 매크로 프로그램의 문제점과 규제 개선 방안'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법은 '형법'의 업무방해죄와 사기죄, '정보통신방법'의 정보통신망 침해죄 등을 통해 매크로프로그램을 규제할 근거를 마련해두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법을 이용해 규제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최 조사관의 설명이다. 우선 형법 314조 업무방해죄의 경우 사업자의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지 않은 경우 규제가 어렵다.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티켓을 대량으로 사도 사업자는 티켓이 다 팔려 경제적 피해를 입지 않았다면 규제가 어렵다는 것이다.

형법 347조의 컴퓨터 사용 사기죄를 적용하기도 쉽지 않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한 사람이 이용자의 권한을 벗어나는 행위를 한 동시에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만 사기죄가 성립하기 때문이다. 결국 암표를 팔아 재산상의 이득을 취했어도 예매사이트에서 이용자의 권한을 벗어나 표를 구매한 게 아니라면 사기죄를 적용하기 힘들다.

정보통신망법 38조의 정보통신망 침해죄의 경우 사이트의 안정성을 방해하려는 의도가 있었어야 하고, 의도가 있었다고 해도 전산상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규제할 수 없다.

전자상거래법·공연법 개정 등 통해 티켓 매크로족 막아야

이에 보고서는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 '통신판매업자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특정 물품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행위가 발생하고, 그 행위가 소비자의 정당한 이용 행위를 저해하는 경우 해당 물품 구매를 취소할 수 있다'는 식의 조항을 신설해 매크로족을 규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경범죄 처벌법이나 공연법 등의 개정을 통해 온·오프라인상 암표 판매 행위에 대해 금지하고 처벌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수 있다는 것이 최 입법조사관의 설명이다.

그는 아울러 "법상 처벌할 조항은 있는데, 실질적으로 적용이 어렵게 돼 있는 상황"이라면서 "법상 구체적으로 매크로 프로그램 등을 정의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제재를 유도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가 좋으셨다면

오늘의 핫 클릭

실시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뉴스

이 기사에 대한 의견을 남겨주세요.

수신료 수신료

많이 본 뉴스